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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상품명 만화가 최성민, 혼자 걷는 동료들과 함께 걷는다
상품간략설명 인터뷰이 | 최성민 sungmin choi
인터뷰어 | 김미래 mirae kim
편집 | 쪽프레스 press jjokk
기획 | 윤지혜 jihye yoon
사진 | 박유진 eugene park
디자인 | 신채린 chaerin shin
공간 | 별책부록 byeolcheck

202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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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최성민, 혼자 걷는 동료들과 함께 걷는다 수량증가 수량감소 0 (  )
인터뷰이 | 최성민 sungmin choi
인터뷰어 | 김미래 mirae kim
편집 | 쪽프레스 press jjokk
기획 | 윤지혜 jihye yoon
사진 | 박유진 eugene park
디자인 | 신채린 chaerin shin
공간 | 별책부록 byeolcheck

2023. 11. 28
상품명

만화가 최성민, 혼자 걷는 동료들과 함께 걷는다

상품간략설명

인터뷰이 | 최성민 sungmin choi
인터뷰어 | 김미래 mirae kim
편집 | 쪽프레스 press jjokk
기획 | 윤지혜 jihye yoon
사진 | 박유진 eugene park
디자인 | 신채린 chaerin shin
공간 | 별책부록 byeolcheck

202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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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만화가 최성민, 혼자 걷는 동료들과 함께 걷는다

목차
The Walk #7
The Walk #7 만화가 최성민, 혼자 걷는 동료들과 함께 걷는다

나라는 사람을 한 문장으로, 하나의 동사로 표현하게 되기까지 어떤 여로를 지나 왔을까요? 스스로 구상한 이야기를 스스로 그려내는 만화가 최성민이 ‘만화가’라는 간결한 타이틀을 얻게 된 건 혼자인 동료가 그의 곁에 여럿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행하는 사람의 독행을 따라 걸어보세요. 따르는 줄 알았던 순조로운 걸음이 스스로의 동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될 거예요.

최성민 만화가
만화하는 최성민과 ‘쾅’

만화를 만드는 최성민이고요. 카카오웹툰에서 연재하던 『좁은 방』을 최근 출간했습니다. SNS ID는 saio_comics로 쓰는데, 별 생각 없이 2012년 당시 살던 아파트의 동호수를 넣어 만든 이름이에요.

사이코라는 뜻인 줄 알고 코믹하다고 생각했어요. 만화하는 최성민이라고 간결하게 소개하셨잖아요. 이렇게 소개한 지는 얼마나 되신 거예요?
만화가로 소개하게 된 건 만화창작 집단 ‘쾅’을 시작하면서부터예요. 격주마다 모여서 작업을 소개하고 피드백을 나누는 모임입니다. 《쾅》이란 동명의 잡지도 발행하는데, 전 2013년부터 참여했어요. 처음 실은 작업이라 부끄럽기도 하지만 잡지 표지는 지금 봐도 멋있네요.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을 쾅에 가입한 계기가 궁금해요.
쾅은 대학교 선배들이 만든 모임인데, 만화 작업을 잘하던 친한 동기 안유진, 안민희 작가가 저보다 먼저 소속돼 있었어요. 쾅 선배들 작업을 좋아하고 존경했는데 학부 때는 애니메이션 작업에 주력하다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만화모임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실은 스무 살 때에는 동양학과에 소속되어 있었어요. 제 꿈은 만화가였는데 정신 차리니 동양학과에 와 있었죠. 어떻게 하면 만화가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해봐도 막막하기만 해서 애니메이션과 입시학원을 다니기로 했고, 이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에 입학했어요.

만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겠네요.
저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도 만화책을 워낙 많이 봐서 만화가라는 꿈을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는데요. 특히 『드래곤볼』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러고 보니 「정신과 시간의 만화방」(2018)이란 제목으로 만화를 전시한 적도 있으시잖아요.
맞아요. 기획자인 ‘전시공간’도 쾅도 다들 『드래곤볼』에 짙은 향수를 지니고 있어서 가능했던 전시였어요.

만화 잡지 《쾅》
《쾅》 9호에 수록된 「모노레일 드림」
만화책에서 웹툰으로

얼마 전까지 출판만화에 대한 애정을 언급하셨던 것이 기억나요. 그런 만큼 본격적으로 웹툰을 해가는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만화를 처음 시작하고서는 《쾅》 연재로 정신없었어요. 그다음에는 《고래가 그랬어》라는 어린이 잡지에 「출동! 샤바라」라는 작품을 2년 8개월간 연재했죠. 늘 출판만화만 염두에 두고 작업하느라 웹툰까진 생각이 미치지 않았죠. 「출동! 샤바라」가 끝나고는 그간의 작업들을 책으로 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서 몇 년간 거기에 시간을 쏟았거든요.

하지만 「출동! 샤바라」가 책으로 나오진 않았었죠?
「출동! 샤바라」는 샤바라라는 슈퍼히어로가 실은 외모 컴플렉스가 심해 풀메이크업으로 완벽히 외모를 세팅하지 않으면 출동하지 못하는 이야기예요. 애매한 초능력을 지닌 친구들이 한 학교에 다니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만화인데, 첫 장편 작업이라 끝내고서도 아쉬움이 커서 이걸 엮어서 낸다는 생각까진 못 했어요. 물론 기회가 생긴다면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죠. 아까 말씀드린 단행본 작업을 통해서는 『완벽한 순간을 위한 여행』과 『퓨러파잉 F』 두 권을 출간했어요. 스스로 설정한 과업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었네요. 그러고서는 단편 작업을 이어오는 중이었는데, 슬슬 장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차오르고 있을 때, 마영신 만화가가 운영하는 ‘즐겨찾기’라는 레이블에서 웹툰 연재를 제안받았어요. 《쾅》에서 「좁은 방」이라는 이름으로 6화까지 이어가던 미완결 작품이 있었는데 연재 당시 마영신 작가님이 좋게 보셨나 봐요. 장편이 하고 싶던 터라,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고래가 그랬어》에서 연재한 작품 「출동! 샤바라」
왼쪽 『퓨러파잉 F』, 만화세계 / 오른쪽 『완벽한 순간을 위한 여행』, 만화세계


웹툰은 그간의 종이책 작업과 어떻게 다르던가요?
2021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연재했는데 그 기간에 사람을 딱 한 번 만났어요.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하니 열다섯 시간씩 앉아서 일했거든요. 특히 첫 달에는 쉬는데도 마음이 불안해서 조금 자다가 깼다의 연속이었죠. 임파선이 붓기도 했는데, 병원 갈 여유는 없었고, 그나마 건강한 체질이라 금방 괜찮아졌어요.

그렇게 정신없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주간 연재를 처음 해보면서, 만화를 올리면 피드백이 바로 돌아오잖아요. 그게 참 반가운 경험이었어요. 악플보다는 응원해주는 댓글이 많았거든요.

얼마 전에 책으로도 『좁은 방』을 만날 수 있게 됐는데요. 웹툰으로 연재할 때와 단행본 형태로 작업했을 때의 다른 점을 느끼셨나요?
웹 연재가 완전히 끝나고 출판 형태로 재편집하면서 역시 페이지 만화가 좋고 편하다고 느꼈어요. 더 익숙한 문법이니까요.

저는 작가님의 출판만화를 좋아하지만, 웹툰은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출판만화는 아이디어, 스타일이 개성 강하고 뾰족하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웹툰은 부드럽게 읽히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작업 과정 자체는 생각보다 다르지 않았어요. 호흡의 빠르기나 소요되는 칸의 분량 같은 것을 직접 부딪혀 알아가면서 웹툰이란 매체를 파악해나갔는데, 문득 유리잔에 담든 호리병에 담든 같은 물이란 생각이 들었고, 좀더 편하게 작업하는 게 가능해졌어요.

다만 그릇의 형태에 따라 여우가 먹을 수 있느냐 두루미가 먹을 수 있느냐는 나뉘겠네요……!
……그렇네요! 당시에 저는 이야기의 속성은 변하지 않으니까, 소재가 흥미롭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면 웹툰으로든 출판만화로든 재밌을 것이다. 만약 재미없다면 그건 매체가 아니라 내용이 잘못된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연출하는 용기를 얻었어요.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으셨던 것 같아요. 웹툰 스타일의 스펙트럼 면에서 작가님이 기여했다고 느꼈거든요. 투명하고 청량한 인상을 주는 그림체가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내용이 우중충해서 더 밝고 반투명하게 표현하려던 의도였죠. 옛날 TV 애니메이션 느낌을 주고 싶기도 했고요. 3년 전까지는 원고지에 펜촉으로 작화를 하고 스크린톤 작업만 디지털로 소화했는데, 요즘은 스크린톤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아이패드로 옮겼고, 최근에는 모두 디지털로만 작업하고 있어요. 흑백이나 아날로그 툴같이 오랫동안 고수했던 것들이 나의 본질 그 자체는 아니니까 고집 피울 필요는 없다고 여기게 됐거든요.

『좁은 방』, 송송책방
『좁은 방』 속 만화
표면이 본질은 아니다

표면이 본질은 아니라고 여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세요?
한두 가지 떠오르는 게 있어요. 2021년에 그린 「소행성 이야기」라는 단편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생각지 못하게 리트윗이 2000개 가까이 됐거든요. 그 정도 되니까 나와 연고가 없는 사람들한테까지 닿더라고요. 그 리트윗 중에는 인용리트윗도 있었는데, 한 분이 “이거 「출동! 샤바라」 작가분이 그린 거 아니야?”라고 쓰신 걸 봤어요. 두 작품 스타일이 완전히 달랐는데, 저다움을 발견해서 연결해주신 게 놀라웠어요. 표면 아래 더 근본적인 게 있을 수 있겠고, 그게 연출이나 대사, 전개 방식같이 물질적이지 않은 것에 녹아 있는 걸 수도 있겠다고 깨닫는 계기가 됐죠.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네요. 이랬는데 알고 보니까 프로필 사진 보고 아신 거고, 그러면 이 이야기는 성립 안 되겠죠…….
와장창…… 어쩌면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가야겠죠? 그리고 또 하나의 계기는 도구 실험이었는데요. 제 그림은 선이 깔끔한 편인데, 실은 굳이 잉크를 찍어서 작업해왔었어요.

모르고 보면 벡터인 줄 알 정도죠.
네, 수작업을 하는지 알기 힘들어요. 하지만 나 자신은 아니까, 내 손으로 했거든요. 그러다 몇 권의 단행본을 내면서 작업을 좀 정돈해놓고 나니까 선이 안 풀리는 시기가 왔어요. 낙서할 때나 쓰는 젤펜으로 작화를 한번 해봤는데, 웬걸, 드로잉이 편안하더라고요. 펜촉이란 예민한 도구에 비해서 말이에요. 잉크 굳는 것도 빠르고, 속도나 기울기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재밌는 도구지만, 이걸 쥐면 쥐는 사람은 긴장이 돼요. 그런데 기복 없는 펜을 쓰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똑같은 페이지를 펜촉과 젤펜을 오가며 씨름을 했어요. 그렇게 몇 번을 비교하다가 인정하고 말았어요. 젤펜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데 서러워져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결별의 순간을 맞았네요.
어쩌면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거든요. 언젠간 고집스럽게 붙들고 있는 이걸 놓을 때가 올 거다, 하고. 진짜 그 순간이 오니까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며칠을 슬픔에 잠겨 있다가, 아이패드까지 적응했죠. 펜촉을 놓는 게 힘들었지 애플펜슬을 드는 건 쉬웠어요. 이제 액정에 선을 긋는데, 툴이 바뀌어도 내 신체에 익은 감각, 선을 긋는 속도나 활용하는 방식 같은 건 변하지 않았고, 결국 이것 역시 7년간 펜촉을 쓰면서 만들어졌겠구나 싶었어요.

「소행성 이야기」
만화가 ‘나’와 주인공 ‘나’ 사이에

30대 여성의 내면을 담아내는 작가라는 소개를 읽었어요. 직접 쓴 소개글 같진 않았지만, 페르소나와 작가 사이에 교집합이 어떤 식으로 형성돼 있는지 궁금해요.
『완벽한 순간을 위한 여행』(2020) 때의 소개일 텐데 그 만화에 30대 여성인 저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는 건 맞아요. 30대 최성민의 내면 감정을 다루는 데 한정되겠지만. 모든 만화에서 반드시 제 또래 여성을 주인공 삼거나 타깃 독자로 삼진 않아요. 제가 만화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나 자신이 보고 싶은 만화를 그린다는 거예요.

출판하는 저의 마음도 비슷해요. 타깃독자를 억지로 상상하고 고민하기는 싫더라고요. 애써 가늠한 뒤에 결과가 안 좋으면, 저 자신도 안 좋아하는 타이틀을 내놓은 게 너무 아까워져요. 반대로 적어도 나 하나만 좋은 게 확실하면 그걸로 충분하고, 어쩌다 독자 반응까지 만나면 더할 나위 없는 거죠.

욕실의 타일이 눈에 들어오면

이런 거 해봐야지 하는 생각은 언제 주로 하세요?
어떨 때는 샤워하다가 타일이 이상해 보여서 타일을 소재 삼아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야깃거리가 되는 소재라는 게 결국 작가의 관심사, 관찰대상일 텐데요. 저는 사람한테 관심이 많은 편이고, 사람 중에서도 저 자신에게 관심이 많아요. 저의 만화들을 늘어놓으면 공통된 테마가 모순이더라고요. 모순이라는 개념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품고 있어서, 이야기를 꾸려나가기 순조로워요.

『좁은 방』만 해도 결벽증이 있는 친구가 짝사랑하는 상대의 담배꽁초를 줍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모순적인 감정에서 시작해요. 결벽 있는 친구가 아주 더러운 걸 줍고 싶어 하는데, 왜 그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덩어리지게 됐죠.

나의 어떤 자질을 깨게 되는 계기가 이야기가 되는 셈이네요. 그러고 보면, 정말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타인에게 휘둘리고, 타인이 나를 깨게 놔두고, 그걸 계기 삼아 행동하고, 그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요. 나라는 인간의 약함을 아니까 다른 사람도 깔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것이 나의 약함이란 것도 모순이에요.
맞아요, 다만 그런 모순을 직시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 용기라는 생각을 해요. 그게 결국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요.

그러네요, 그 모순을 끌어안는 힘이 대단한 거네요.

만화의 세 요소

다카하시 루미코의 유머,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아이디어, 가미조 아쓰시의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인터뷰하신 걸 봤어요. 이 세 가지를 만화 창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나요?
맞아요. 하지만 세 작가의 일부씩을 구분해서 좋아한다기보다는 세 작가 모두 세 요소의 대가라고 생각해요. 세 가지 요소의 균형과 조화가 돋보이는 만화를 좋아해요. 한 부분에서도 소홀하지 않은 만화를 보면 좋은 작품을 만났다고 전율하게 되거든요.

제 작품을 두고 보면, 초반에는 세 가지 균형이 깨져 있어요. 소재나 이야기로는 좋아도 그림을 능숙하게 그리는 편은 아니었어서 스타일이 불안정해요. 다만 통통 튀는 과감하다는 느낌이, 그때 만화들에 있더라고요.

『완벽한 순간을 위한 여행』(2020)에 실린 단편들도 재작업하신 거잖아요? 그걸 보면서 미국 만화가 크리스 웨어가 생각났어요. 웨어는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했던 걸, 자기가 수년마다 갈무리하고, 또 몇십 년 만에 정말 두툼한 단행본으로 묶어내는데, 아예 다른 작품이라고 볼 정도로 재작업을 거치더라고요. 벡터처럼 매끈해 보이지만 수작업 비중이 큰 점도 성민 작가님과 닮았고. 웨어가 그린 같은 장면을 비교해보면, 다시 칠하거나 아웃라인을 조정한 정도가 아니고, 색상, 구도, 프레임 자체를 재구성하는 식이라 놀라워요. 그런 물리적인 노력을 알고 나면, 작품을 대하는 독자의 태도도 조심스러워져요.
맞아요. 그렇게 적립되는 것이 있고, 그러한 정성이 결코 헛되지 않다고 생각해요. 만화는 그림과 글이 하나이고, 어디까지나 한 덩어리로 움직이니까요.

최성민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 추천하는 작품과 아직 출구를 못 찾은 기존 팬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 하나씩을 말해주신다면요.
전자는 2021년의 『정신의 외출』인데, 아까 말씀드린 세 가지의 균형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를 오래 봐오신 분들이라면 2022년에 만든 『피이는 피곤해』라는 단편을 권하고 싶어요. 오래전 일러스트 작업이랄지 낙서랄지 그런 산발적인 게시물에 등장하던 캐릭터들이 한데 튀어나오는 만화거든요. 명절처럼 반가우실 거예요.

『정신의 외출』
『피이는 피곤해』
몸이 허락할 때까지

작가는 어쩐지 고독해야 된다고, 혹은 고독할 것 같다고 느끼게 되는데요. 오랫동안 동료와의 집단에 적을 두고 지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쾅이라는 집단은 생긴 지 10년 이상 된 곳이에요. 아마 여기 속한 멤버들 저마다 여기 머무는 이유와 여기서 느끼는 나름의 고충이 있을 거예요. 저에게는 이 동료들이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자 친구거든요. 초기에는 매주 만났고, 요즘엔 격주로 만나요.

초기에는 밤까지 새워가면서 얘기를 이어갔다고 들었어요.
어지러울 정도였죠. 매번 만나도 매번 할 말이 많고. 그 사람들을 좋아하니까,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요. 창작모임이기 때문에 여기서 작업이슈가 빠지면 동력을 잃게 되는 게 사실이에요. 이 사람들의 에너지를 뺏지 않기 위해서, 또 북돋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하자, 작업을 빼먹지 말고 해오자 이런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그리고 이들과의 작업을 꾸준히 잇되 그 안에서 약간의 개인적인 도전, 시도를 넣어보려고 해요. 동료들의 좋은 점은, 기본적으로 나밖에 모르는 사람인 내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의지하고 우리라고 느끼게 해주는 데 있죠. 혼자 잘난 맛에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작업이 동료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것 자체가 동료의 감사한 점이에요.

이건 딴 이야기지만, 요즘 저는 농구를 열심히 하는데, 농구의 매너 수칙이란 걸 들어보면 다들 말하는 공통되는 것이 그거예요. 열심히 게임에 참여할 것. 저에게는 생소한 매너였거든요. 과격하게 하지 말 것이 아니라, 대충 하지 말 것, 봐주지 않을 것, 최선을 다해 수비하고 공격할 것. 설렁설렁 배려하는 농구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였죠.
맞아요. 동료들의 열정은 그 자체로 동기 부여가 돼줘요.

그렇다면 언제까지 함께 만화를 그릴 거예요? 죽기 직전까지 만화하실 건가요?
몸이 허락할 때까지!

파워 J의 계획

요즘 준비하고 계신 작품을 예고해주신다면요?
제목은 『팬지』입니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SF 세계관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이 조금씩 어긋난 사랑을 하는 이야기예요.

『좁은 방』보다 긴 분량인가요?
네, 얼개는 짜인 상태예요. 장편인 만큼, 단편만큼 능숙하고 익숙하지 않은 만큼 좀더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제가 파워 J라서……

가지 않은 길

만화가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음, 대안은 없는 것 같아요. 집순이거든요. 사람 만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라서 만화가가 최적인 듯해요. 하지만 만약에 제가 어렸을 때부터 문학소녀였고 글을 기똥차게 잘 썼다면, 소설가 삶도 좋았을 거예요.

애초에 전공이었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분야에서 일할 생각은 없었나요?
매체는 좋아하지만, 누구랑 같이 일하는 걸 힘들어하니까요. 함께했을 때의 성취가 있다는 건 알지만요.

영화감독은 같이 일하는 거 좋아하고 만화가는 혼자 일하는 거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감독에게 있는 리더십이랄까 독재적인 성향이랄까 하는 것을 만화가 역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본위대로 작품을 이끌고 싶은 마음이 정말정말 크니까 아예 혼자 일하게 된 거 아닐까요?
그런 것도 같아요. 나에게 a라는 방향성이 있고 이것이 베스트라는 확신이 있어도, b라는 안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관철하는 능력이 저에게는 없어요.

선릉에서 길음까지

자주 걸으시나요?
한참 잘 걸었는데,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코로나19까지 터진 이후로는 잘 안 걷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걷기는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어떤 고민이 잘 안 풀릴 때 걸으면 신기하게도 침대에 누워서, 방구석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머리가 개운해지고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어요.

기억에 남는 길 있으세요?
10년 전쯤 선릉 근처에 있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다녔는데요. 입사한 지 1년 8개월 정도 지났을 때 만화에 전념하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어느 날 선릉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길음까지 네 시간을 들여서 걸어갔어요. 그래도 퇴사라는 결정이 쉽사리 내려지질 않아서, 그 뒤로도 자주 절반 정도를 걷고 중간부터 버스로 귀가했거든요. 몇 주를 반복하다 보니 몸이 건강해지면서 마음에도 활력이 생겨서 퇴사를 결심할 에너지가 마련됐어요. 기억나는 길들이 많지만 선릉에서 길음까지 이어지던 그 길을 말씀드리게 됐네요.

인터뷰이 | 최성민 sungmin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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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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